참새시리즈의 유언 변천사
60년대
부부참새가 전기줄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포수가 그 중 한 마리를 맞춰 떨어 뜨렸다.
총알에 맞은 참세가 추락하며 하는 말
"윽! 여보 내 몫까지 살아주오."
70년대
참새가 멀리있는 포수를 알아본 순간 총알에 맞고 말았다. 이 때 참새가 한 말,
"포수가 윙크하는 줄 알았는데..."
80년대
참새 둘이 전기줄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포수가 그 중 한 마리를 맞춰 떨어뜨렸다.
총알을 맞은 참새가 추락하며 하는 말,
A 참새 : "나 잊지 말고 바람피면 안돼..."
B 참새 : "웃기지마! 니가 세컨드야!"
90년대
두 마리 참새가 전기줄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포수가 그 중 한 마리를 맞춰 떨어뜨렸다.
총알에 맞은 참새가 추락하며 하는 말,
"왜 나만 쏴요? 쟤두 쏴요!"
그러자 총에 맞지 않은, 그 옆의 참새가 말했다.
"쟤 아직 안 죽었데요, 한방 더 쏴요!"
뉴 밀레니움
참새가 전기줄에 단체로 나란히 앉아있었다
근데 맨 앞에 앉아있는 참새를 제외하곤 모두 따발총에 맞았다.
총에 맞은 참새들이 추락하며 저마다 하는 말,
"저 씹새, 단체미팅 시킨다고 꼬셔놓구선..."
떼죽음에도 아랑곳않고 살아남은 맨 앞에 앉은 참새가 포수에게 하는 말,
"또 참새 떨거지덜 꼬셔 올께여. 난 쏘지마셈! 아찌 나 이뽀?"
어떤가. 사선을 넘으며 고독하게 날리는 저 대사들의 절절함이 느껴지시는가?
60년대가 어떤 시대였냐 하면 '가진 것은 없으나 오로지 낭만으로 뱃살을 찌우던' 시기 아니던가. 이 당시 죽음에 임박한 남녀노소가 너나할 것 없이 공용으로 날려주던 이 멘트, '내 몫까지 살아주오'라는 결정적 페이소스 속에는 사실 당시의 가열찬 책임이데올로기가 도사리고 있었음이다.
해당 할당량을 못 채우고 죽어가는 자의 심란한 심정과 타자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고스란히 담긴 이 유언이 가지는 아우라는 영화뿐만 아니라 실생활에도 뿌리내려 "내 몫까지 먹어주오", "내 몫까지 챙겨주오" 라는 멘트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내 몫까지 맞아주오" "내 몫까지 박아주오" 같은 애절한 멘트를 낳아 민간에서 떠돌았다고 전한다.
얄개시리즈, 개구리교련복, 통기타, 그리고 부라보 콘이 정의하는 70년대, 이때에 나온 참새시리즈는 참새의 포수에 대한 일방적 화해 징후가 포착된다. 총을 겨눈 포수의 눈동작을 '윙크'로 잘못 해석하는 참새캐릭터는 80년대 신형원이 부른 <개똥벌레>캐릭터의 70년대 버전이라 할 만하다.
"윙크인줄 알았는데..." 라는 이 유언은 앞의 사전적 해설에도 알 수 있듯이 가을에 해충을 잡아먹는 이롭디 이로운 인간친화형의 새임에도 불구하고 적대시하는 인간에 대한 섭섭함과 한이 절절이 베인 멘트 되겠다.
60-70년대 진행형이었던 산업화의 결실을 본격적으로 누리기 시작한 80년대로 들어오면서 참새는 두드러지게 영악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영악함은 주적인 포수를 이기기 위한 영악함이라기보다 참새 지네들끼리 지지고 볶고 하는 내부경쟁에 이기기 위한 영악함이다.
참새는 숙명적으로 포수와의 화해자체가 불가능함을 눈치 까고 적을 내부로 돌린다. "웃기지마, 니가 세컨드야"는 이미 참새들 간의 연대가 깨진 상황에서 날리는 비정한 멘트로, 60년대의 "내 몫까지 살아줘"는 80년대 들어와서 "내 몫까지 죽어줘"로 환치되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X세대, 서태지, 힙합, 커트 코베인 등이 정의하는 90년대 들어오면서 참새의적은 아예 참새가 되어 버린다. 포수를 이겨낼 수 없을 바에야 나 혼자라도 살아남기 위한 참새들 간의 각종 추잡한 변절릴레이는 흡사 참새시리즈라는 제국의 쇠락과 멸망을 예견하는 듯하다.
비명에 순직해간 참새의 죽음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본 우원 이들의 죽음을 유형별로 분류해봤다. 거의 대부분 포수의 총탄에 스러지긴 했지만 그 유형중에서도 유난히 뇌리에 박혀 쉬이 떠나지 않는 죽음이 몇몇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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