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은 버려두고 / 신지호
내눈에 가득 고인 세상을
반씩 버려두고 싶다.
세상 사람들의 허물도 반은 보아 두고
반은 모른 척 하며 살고 싶다.
조용한 아침 풍경을 보면서, 분주한 저녁 거리를 오가면서
나에게 익숙한 이런 것들을, 그저 그저 가슴으로 안아두되
반만 표현하며 살고 싶다.
비록 온전한 하나의 모습을 볼 수 없을 지라도
내 버린 반이 내일의 온전한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내 버린 반을 다시 찾았을 때
나의 묶어둔 반의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이렇게 나에 주어진 하루를
반은 버려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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