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1. 05.13.
서울역·강남터미널 사물함 1시간 간격으로 연쇄 폭발
12일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의 대합실 물품보관함에서 1시간 정도 간격으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해 시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두 곳 모두에서 부탄가스통과 타이머 등으로 만들어진 사제(私製) 폭발물이 발견됐지만, 대형 폭발로 이어지지는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고속버스터미널의 물품보관소에서 지문 6개를 채취해 분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역 2층 대합실 2번 출입구 쪽에 설치된 물품보관함에서 불꽃과 연기가 치솟았다. 인근 가게 주인은 "사물함 틈새로 전기가 합선되는 듯한 '직~, 직~'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팍팍 튀었고, 곧바로 짙은 회색 연기가 반경 10m 정도를 가득 메웠다"고 말했다.
주변에 서 있던 승객과 가게 상인들은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물품보관함에서 부탄가스통 1개와 아날로그식 타이머, 전선, 자물쇠, 공업용 건전지, 기폭(起爆) 장치로 보이는 검은색 물체 등이 담긴 반쯤 불에 탄 배낭을 발견했다.
이날 오전 11시 55분쯤에는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1층 대합실 물품보관함에서 '퍽, 퍽'하는 폭발소리와 함께 짙은 회색 연기가 틈새로 새 나왔다. 목격자 조모(62)씨는 "폭발음이 크지는 않았으나 철제로 된 물품보관함 문(가로·세로 30㎝가량)이 튕겨나와 덜렁거렸고, 내부는 우그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이 부탄가스통에서 가스가 조금씩 새 나오도록 해 두고, 공업용 배터리의 '+, -'양극에 전선을 연결해 스파크(불꽃)가 튀도록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역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를 분석, 이날 오전 5시 51분쯤 어두운 색 상·하의를 입고 벙거지 모자를 쓴 남자가 불이 난 물품보관함에 가방을 집어넣고 사라지는 장면을 확보했다. 경찰은 전문 테러범의 범죄일 가능성도 수사 중이나, 사제폭발물 수준이 조잡해 사회에 불만을 가진 인물의 '묻지마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