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2011. 05.23.

 

'안전한 철도'로 가는 5가지 길

 

휘발유 1L에 2000원을 넘는 고(高)유가 추세와 정부의 적극적인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추진 덕분에 철도는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였다. KTX를 중심으로 전국 반나절 생활권이 실현되었고, 여객뿐 아니라 화물수송에도 철도 이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추세로 가면 머지않아 한반도 교통의 중심은 일본처럼 철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잦은 철도 사고 발생은 철도 중심 교통 이용에 큰 불신을 주고 있다. 지난 2월 광명역 KTX 탈선사고 이후 4월 분당선 전동차 궤도이탈과 중앙선 무궁화호 과속사고 등 KTX·새마을호·무궁화호 열차와 일반 전동차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2010년 66건이던 코레일(철도공사) 관련 고장·사고 발생 건수는 2011년 3월까지 벌써 81건으로 크게 늘었고, 이 중 KTX 관련 사고 건수가 25건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국민은 빠르고 편리하다는 고속열차를 앞으로 어떻게 믿고 타야 할지 매우 불안하다.

 

따라서 이제 철도정책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선 코레일과 정부 당국자의 안전 불감증 시정이 중요하다. 스스로 안전하다는 한국의 철도는 2001~2008년 열차운행 100만㎞당 사고 건수가 연평균 약 4건으로 일본(0.56건)·프랑스(0.42건)의 7배 이상에 이르고, 최근 더욱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고장과 사고는 다른 것이며, 사람만 안 죽으면 궤도이탈이든 운행정지든 큰일이 아니라는 경영진의 안이한 자세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고장이든 사고든 모든 것이 국민에게는 사고라는 점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할 만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의 대책마련 이후에도 크고 작은 사고와 고장이 끊이지 않아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우리나라 철도 안전 상황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신형 철도차량(KTX-산천)과 운행신호, 철로 및 자동 안전제어 시스템 간 상호호환성의 문제점 해소방안과 외주검사 제도의 내실화 및 감독철저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또한 구조적인 철도 안전 시스템의 구축과 관련 재정투자가 필요하다. 사고나 고장이 날 때마다 땜질식으로 대처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의 동일본 철도회사의 경우 수동적인 안전대책에서 도전적인 안전대책으로의 전환을 골자로 하는 '철도안전21'을 마련하고 5년간 약 5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시스템화된 철도안전 체계를 완성하였다.

 

철도차량 제조의 실질적 독점 문제도 보완하여야 한다. 경쟁이 없는 독점생산은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다. 최근에 잦은 고장이 있는 KTX-산천 고속열차도 기술 개발을 완벽하게 확보하지 않고 시운전도 부족한 상태에서 영업운전에 나서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은 이미 여러 철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었다. 최근 문제가 된 차량의 고장발생 부품은 대부분 공기배관·팬터그래프·모터블록 등 KTX-산천의 핵심부품이어서 단기간에 기술적 보완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마지막으로 코레일 적자운영의 근본적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 운수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레일 영업적자의 주원인은 공익서비스의무(PSO) 부담, 선로사용료 부담 등 코레일이 통제할 수 없는 매출 대비 약 40% 정도의 고정 비용부담 때문이라고 한다. 안전성 향상이나 서비스 개선을 위한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 정부의 무리한 감량경영 압박도 어느 정도는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코레일의 직원 감축 예정인원 5115명 중 2112명이 시설안전 및 유지보수 인력에 해당하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우리 한반도는 생각보다 길다. 북쪽 나진항에서 부산까지 거리가 1200㎞가 넘는다. 자동차로 사람과 화물이 이 먼 거리를 운행하기에는 안전하지도 않고 경제성도 없다. 앞으로 남·북한 간 인적·물적 경제교류가 원활하기 위한 수송체계는 시속 300~400㎞의 고속철도가 필수적이며, 그 본격적 시작이 지금이다. 그래서 고속철도와 국철의 철저한 안전대책이 이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것이다.

 

강승필 서울대 교수·대중교통포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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