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소녀


수염이 허옇고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가 조그마한 거리에 있는

학교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 정말 그리운 거리구나! 내가 이곳을 떠난 지 몇 해가 되는지…

그래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그래 그래, 날마다

학교에 갈 때면 저 집에서 호떡을 사먹기도 했었지.”

그의 눈가에는, 지난 날에 대한 회상으로

몇 번이나 잔잔한 웃음이 스쳐갔다


그가 플라타너스 가로수 밑을 걸어가고 있는데 저쪽에서

손주딸의 손을 잡고 오는 뚱뚱한 할머니가 있었다.

그가 무심코 바라보니 늙기는 하였어도


그 옛날 한반에서 책을 읽던 여학생의 모습이 역력했다.

“저 실례지만 당신은 50년쯤 전에 이 거리에 있는 중학교를

다니지 않았습니까?’

 

그 소리를 들은 할머니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노신사를 찬찬히 보고 있더니

고개를 썰래설래 가로저으며, 가래 끊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렇기는 하오만 우리반에 당신같은 턱수염이 허연 남학생은 없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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