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뿔도 모르면서
옛날 어떤 마을에 어떤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한가할 때면 웃방에서 새끼를 꼬았는데,
그 때 새앙쥐 한 마리가 앞에서 알짱거렸다.
그는 조그만 쥐가 귀엽기도 해서
자기가 먹던 밥이나 군것질감을 주었다.
그러자 쥐는
그 남자가 새끼를 꼴 때마다 웃방으로 왔고,
그 때마다
그 남자는 무엇인가 먹거리를 조금씩 주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가 이웃마을에 외출을 했다가 들어오니
자기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안방에 앉아 있지 않은가?
그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네 이 놈, 너는 누군데 내 방에 와 있는 것이냐?"
그러자 그 남자도 같이 고함을 지르는 것이 아닌가?
"너야 말로 웬 놈이냐?'
집안 식구가 모두 나왔으나
도대체 누가 진짜 주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식은 물론 평생을 함께 살아온 부인까지도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둘은 똑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모든 식구가 모인 상태에서 집안 사정에 대해
질문을 하고,대답을 정확하게 하는 사람을 진짜 주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부인 이름, 아버지 제사날, 아들 생일…
둘 다 막힘이 없이 대답을 했다.
그러자 부인이 부엌의 그릇 수를 물어 보았다.
아무리 주인이라도 옛날의 남편들은 부엌 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다.
부엌 살림살이는 물론 그릇이 몇 개인지 어찌 알겠는가?
진짜 주인은 대답하지 못했으나,
가짜는 그릇과 수저의 수까지 정확하게 맞추었다.
결국 진짜 주인은 식구들에게 모질게 두들겨 맞은 뒤에 쫓겨나고
가짜가 그 집의 주인이 되었다.
자신의 집에서 쫓겨난 그는 신세를 한탄하며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그러다가 어느 절에 들러서, 노승에게 자신의 처량한 처지를 하소연했다.
노승은 여차저차 사연을 들은 뒤에 이렇게 말했다.
"그 가짜는 당신이 먹거리를 준 생쥐라오.
그 놈은 당신 집에서 살면서 당신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했고,
부엌에서 밥을 훔쳐 먹다보니 부엌 살림까지 알고 있었던 것이오."
그는 노발대발하며 당장 돌아가서 그 생쥐를 때려 죽이겠다고 했다.
노승은 조용히 타일렀다.
"어림 없는 말이오.
그 놈은 당신의 손때가 묻은 밥을 얻어먹으면서 당신의 정기를 모두 섭취해서 영물이 되었소.
그렇게 쉽게 죽일 수는 없을 거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여기 내가 기른 고양이를 줄 테니 데리고 가서 여차저차 하시오."
그는 노승에게 얻은 고양이를 보따리에 감추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 갔다.
대청에는 가짜 주인이 자신의 부인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다가 소리를 질렀다.
"저 놈이 그렇게 혼나고도 또 왔단 말이냐?"
그러자 아들을 비롯한 식구들이 모두 나왔다.
그는 보따리를 풀어헤치며 고양이를 내놓고 이렇게 대꾸했다.
"오냐, 이 놈아. 이것이나 본 뒤에 떠들어라."
가짜 주인은 고양이를 보자 혼비백산하여 피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고양이가 더 빨랐다.
비호같이 덤벼들어 목을 물자 가짜 주인은 생쥐로 변해서 찍찍거렸다.
"이래도 누가 주인인지 모르겠느냐?"
그가 지금까지의 사연을 털어 놓자,
아내와 가족들은 백배 사죄하면서 잘못을 빌었다.
그 날 밤
술상을 들고 남편에게 온 아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남편은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여보, 당신은 나와 그만큼 살았으면서 내X과 쥐X도 구별 못한단 말이오?"
아내는 더욱 고개를 들지 못했고, 남편은 너그럽게 용서를 해주고 잘 살았다고 한다.
이 속담의 의미는 "평생을 함께 산 배우자의 몸에 대해서도 모르는 주제에
뭐가 잘 났다고 아는 척 하느냐?
즉, 당연히 알아야 할 것도 모르는 주제에 공연히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라는 뜻이다.
이 유래담은 여러 지방에서 비슷한 형태로 전해진다.
그러나 지방에 따라 쥐가 개로 바뀌기도 했다.
그로 인해 "개뿔도 모른다."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또, 쥐에게 먹거리를 준 사람이 남편이 아니라 아내로 전해지는 지방도 있다.